붓다차리타 3 -괴로움의 인식 여시아문 200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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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세상 나들이

1. 푸른 초목 사이로 꾀꼬리가 노닐고
연꽃이 피어난 연못가 숲에서
태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다.

2. 여러 사람들이 서로 즐기면서
숲 속에서 노니는 소리를 들으니
왕자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마치 우리에 갇힌 코끼리 같이.

3. 왕은 이러한 태자의 소망을 알고
연민과 사랑으로
알맞은 놀이의 마련을 명했다.

4. 태자의 가는 길에 슬픔이 없도록
우수에 잠긴 이들이 눈에 띄지 않게 했으니
태자의 섬세한 마음이 상할까 염려한 때문이다.

5. 팔이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나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이 불구가 된 사람이나
늙은이와 병든 자를 멀리 보내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행로를 꾸몄다.

6. 이렇게 행로가 아름답게 꾸며지고
영광스런 왕자를 신하들이 따르니
궁전의 누대에서 내려와
왕에게 알현하고 허락을 청했다.

7. 그 때 왕은 눈물을 흘리고
태자의 머리를 만지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갔다 오너라" 하고 허락을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8. 그리하여 왕자는 황금 마구를 갖춘
잘 조련된 네 필의 말을 끌고
늠름하고 총명한 마부가 고삐를 잡은
황금 수레에 올라탔다.

9. 그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과 같았으며
따르는 시종들은 줄을 이었다.
향기로운 꽃들이 가득히 뿌려지고
펄럭이는 깃발은 길을 메웠다.

11. 어떤 사람은 그 앞에 와서 예배하고
어떤 사람은 영광과 사랑으로 찬양하고
어떤 사람은 행복과 장수를 빌었다.

13. 태자의 행차를 보기 위해서
여자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어떤 이는 높은 누대에 올라갔다.

15. 높은 누대로 오르는 발소리
장식품과 발찌들이 흔들리는 소리
새들이 놀라서 지저귀는 속에서
서로 '밀지 말아요.'하며 앞을 다툰다.

16. 소담스런 몸매의 부녀자들은
숨이 차게 급히 나오는 발걸음이지만
풍만한 젖가슴과 수레바퀴 같은 엉덩이에
움직임이 둔하여 마음만 조급하다.

23. 단아하고 위엄 있는 태자를 보고
더 없는 행복함에 싸인 여인들은
이렇게 속삭였다.
"저분의 아내는 행복하여라."

25. 우아하고 단정하고 의젓한 태자는
뭇 사람의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자신이 다시 태어나 인정받는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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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생노병사의 고통을 깨닫다

26. 한편 정거천의 여러 천인은
이 도성을 마치 천계와 같이 보고
태자의 출가를 권하기 위해
한 늙은 사람을 나타나게 했다.

27. 태자의 영광도 늙은이 앞에선 빛을 잃어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한 그를 보고
물끄러미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면서
마부에게 물었다.

28. "눈앞에 있는 저 사람,
머리가 희고 손에 지팡이를 가지고,
눈은 눈썹에 싸였고, 몸이 굽었으니,
이 사람은 누구인가? 어찌된 것인가?"

29. 신하들이 스스로 마음에 고뇌를 느껴
숨겨야 할 일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고했다.

30. "아름다움을 빼앗고 힘을 없애며
슬픔을 낳게 하고 쾌락을 없애는 것,
기억력을 앗아가는 감각 기관의 적,
이것이 늙음이니, 이것으로 모두 멸하나이다.

31. 그러니 저 사람도 어려서 젖을 먹고
때가 되어 기고 엎드리고
점차로 자라서 청년이 되었으나
드디어 홀로 늙음이 왔나이다."

32. 이 말을 들은 태자는 마음이 흔들려
"이런 것이 나에게도 있겠는가?"
마부에게 물으니, 그는 대답했다.

33. "장수를 누리실 뛰어나신 분이시나,
겁파의 힘으로 저렇게 되리이다.
늙음은 이와 같이 용색을 멸하건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보지 못하나이다."

34. 전생부터 출세간의 길을 갈 청정심에
무수겁의 공덕을 쌓은 태자는
늙음이란 말을 듣고 우수에 젖었다.
마치 뇌성 벽력을 들은 소와 같이.

35. 긴 한숨에 목을 드리우고
늙은이를 바라보면서
스스로 두려움 속에서 말했다.

36. "늙음은 이와 같이 기억, 용색, 기력을 빼앗는데,
사람들은 눈앞에서 이것을 보면서도
어찌하여 슬퍼하지 않는단 말인가?"

37. 그리하여 마부에게 분부하니
"말을 돌려라, 속히 집으로 돌아가자.
마음에 늙음의 두려움이 있거늘
어찌 숲엔들 즐거움이 있으랴!"

38. 마부는 태자의 명령에 따라서
수레를 돌렸다.
태자는 홀로 왕궁으로 들어가니
수심 가득한 마음은 텅 빈집과 같았다.

39. 그는 그 곳에서 또한 늙음을 생각하여
마음 편안함이 없었으니
다시 왕의 허락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40. 이 때에는 정거천의 여러 천신들이
몸에 병을 가진 사람으로 나타났다.
그 사람을 본 태자는
그를 보고 마부에게 또 물었다.

41. "배가 부르고 숨이 차서 떨리고
어깨가 처지고 팔이 늘어지고
다리는 가늘어져 남에게 의지하여
헐떡이며 애소하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42. 마부는 조용히 말했다.
"일찍이 건장하여 힘이 세었으나
이제는 몸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니,
질병이란 것이 이토록 불구로 만들었나이다."

43. 태자는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저 불행은 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인가?
무서운 질병은 모든 생물에 있는 것인가?"

44. 마부는 다시 말했다.
"태자여, 이 불행은 고통된 것이니
이런 병으로 고통을 당하면서
한쪽으로는 이 세상을 즐거워합니다."

45. 이런 진실을 그대로 듣고 나니
태자는 마음이 괴로웠다.
마치 달이 물결에 흔들리듯.
그 남자를 가엾이 여기면서.

46. "모든 생물이 갖는 이 질병도
세상 사람들은 예사로이 여긴다.
벗어나는 길을 모르는 무지함으로
이것을 떠난 사람을 비웃는구나.

47. 밖으로 향하는 행렬을 멈추고
왕궁을 향하여 수레를 돌려라.
질병의 두려움을 듣고 나서는
내 마음엔 기쁨이 있을 수도 없구나.
마음이 떨리고 조이는 것만 같다."

48. 이와 같이 깊은 사색에 잠겨 돌아오니
왕은 이 일 때문에 걱정이 생겼다.

49. 그리하여 왕은
태자를 그냥 둘 수 없다고 느꼈다.
길을 인도한 사람을 책하면서도
무거운 벌은 주지 않았다.

50. 태자가 기뻐할 갖가지 일이
오근을 사로잡아 애욕을 일으켜
자신들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51. 그러나 태자는
오근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왕은 다시 밖으로 나갈 것을 명했다.

52. 왕은 애욕의 과실을 알면서도
태자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기예에 통달한 여자들을 따르게 했다.

53. 행차하는 길목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정돈한 뒤에
왕은 마부에게 명하여
태자를 밖으로 유행토록 했다.

54. 그리하여 태자가 밖으로 나가니
저 정거천은 죽은 자로 나타났다.
태자와 마부는 그것을 보았으나
남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55. 태자는 마부에게 물었다.
"네 사람이 지고 가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슬퍼하며 따르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56. 그 때 정거천의 신들은
마부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므로
그는 고해서는 안 될 이 사실을
그대로 고하였다.

57.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지성과 감각과 숨이 떠나고
모든 것이 없어져서 자고 있으며
의식이 없어져 초목 같이 되었나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워지고 지켜졌으나
이제는 모두에게서 버려졌나이다."

58. 이런 말을 들은 태자는
잠시 울적하여 망설이면서 말했다.
"이것은 이 사람만이 겪는 것인가
모든 생명도 결국 이와 같이 되는가?"

59. 마부는 대답했다.
"이것은 모든 생명이 겪는 것입니다.
비천하거나, 평민이거나, 고귀하거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소멸합니다."

60. 이 때까지 태자는 의연하였으나
죽음이란 말을 듣자마자 침울해졌다.
수레의 난간에 팔을 기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61. "이것이 살아 있는 자들의 최후인데도
세간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평온하다.
죽음의 길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이와 같이 예사로이 여긴다.

62. 그러하니 어서 수레를 돌려라.
우리들이 놀 때와 장소가 없다.
죽어 없어질 것을 안 이상엔
함부로 놀 수가 없구나."

63. 태자가 이렇게 말하니
마부는 수레를 되돌려서
연꽃이 피어 있는 동산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여전히 꽃이 피고 숲이 우거져 있었다.

64. 꾀꼬리가 기쁘게 이리 저리 날고
연못엔 연꽃이 만발하여
마치 인드라 신의 숲과 같이 아름다웠다.

65. 그리하여 태자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아리따운 여인들이 모여 있는 곳.
계를 지켜 장애를 두려워하는 고행자가
억지로 끌려 온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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